왜 갑자기 같은 차만 보일까?
심리학에세이(인지심리학)
인지심리학이 알려주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뇌'의 비밀
친구가 새 차를 샀다. 며칠 뒤 친구가 말했다.
"이상하지? 요즘 길에 내 차가 왜 이렇게 많이 보이지?"
나는 웃으며 말했다. "원래 많았어."
그런데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였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간판에서 일본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봐도 일본어가 들리고, 드라마를 봐도 일본어가 귀에 꽂혔다. 신기했다. '원래 이렇게 일본어가 많았나?' 아니었다.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 시선이 바뀐 것이었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보고 있다.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엄청나지만, 그 모든 것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만약 모든 정보를 다 인식한다면 우리는 몇 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뇌는 중요한 정보만 선택해서 보여준다. 이를 인지심리학에서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뇌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이와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것이 망상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 RAS)이다.
RAS는 뇌간에 있는 신경망으로, 수많은 감각 정보 중 어떤 정보를 더 의식적으로 처리할지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정보 중 내게 필요한 것만 통과시키는 뇌의 스마트 필터이다.
그래서 새 차를 사면 같은 차가 눈에 띄고, 아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길거리에서 유모차가 먼저 보이고,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한국어가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세상이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라, 내 뇌가 그 정보를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에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바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잘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운이 없어.' 라고 믿는 사람은, 좋은 일이 열 번 생겨도 잊어버리고, 나쁜 일 한 번은 오래 기억한다. 반대로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야.' 라고 믿는 사람은, 작은 친절도 크게 기억한다. 같은 세상을 살지만, 서로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실을 보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믿고 있는 현실만 보는 것일까? 조금 무서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라,내 믿음이 선택해서 보여주는 세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종종 '그럼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면 다 이루어진다는 말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것은 인지심리학이 말하는 내용은 아니다. 긍정적인 생각만으로 현실이 저절로 바뀐다고 심리학은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기억하며, 그에 맞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생각은 행동에 영향을 주고, 행동은 삶을 조금씩 바꾼다.
나는 이것이 확언과도 조금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확언이 정말 우주를 움직이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언을 반복하는 동안, 내 뇌는 이전에는 중요하지 않다고 지나쳤던 기회와 가능성을 조금씩 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정보가 보이고, 예전에는 시도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 그 변화는 마법이 아니라, 내 시선이 바뀌면서 시작되는 작은 변화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세상이 달라졌다.' 고 말한다.
하지만 인지심리학은 조용히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세상이 먼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당신이 보는 방식이 먼저 달라진 것이라고.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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